어느 소아재활의학과 선생님의 글 : 저는 소아재활의학과 의사입니다.

 

 

어느 소아재활의학과 선생님의 글 : 저는 소아재활의학과 의사입니다.

 

 

모 카페 글을 퍼왔습니다.

현 상황 의사들의 딜레마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글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소아재활은 뇌성마비, 근육병, 각종 희귀난치성 질환, 자폐 등이 있는 아이들을 재활치료 해주는 분야입니다.

재활의학과 중에서도 마이너 분야입니다.

저는 인구 100만 정도인 도시에 살고 있는데

여기 소아재활 하는 병원, 의원은 딱 세 군데 입니다.

의사 딱 3명 ㅎㅎ

주변에 인구 30~50만 도시들에는 소아재활의사 0명입니다.

거기서까지 다 와요.

그래서 대기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6개월~2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헤에~~그렇게 오래? 싶죠?

네 그렇게 오래 기다려요

그래서 희안하게도 그 세 병원에서 서로 다른 두 병원을 소개해 주면서,

그 병원 치료 참 잘한다며 거기 가 보라고 합니다

근데 우리 별로 안 친해요 ㅎㅎㅎ

부모님들은 애가 탑니다.

아이가 아픈것도 힘들고, 아이에게 미안한데

2년을 기다리라니요!!

진단받고 몇날밤 자는 아이 보고 울며, 심장을 뜯었을 부모님이 아이 데리고 찾는 곳이 여기예요.

뭐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인데

재활치료가 뭔데 2년씩이나 걸리나요?

" 왜 이렇게 대기가 기냐,

애 발달이 느린데, 목을 못 가누는데, 걷지를 못하는데, 3살이 되도록 '엄마'를 말 못하는데, 씹고 삼키키가 안되는데

빨리 치료해야 하는거 아니냐"

맞습니다.

빨리 치료 할 수록 좋습니다.

어릴 때 조기 치료 할 수록, 또 가능한 자주, 많이 치료할 수록 예후가 좋아요. ㅠㅠ

그래서 죄송하다고 사과합니다.

저도 부모라 그 절망적이고 기가 찬 심정이

눈빛, 표정만으로 다 전달이 되요.

그래서 너무너무 미안해요.

이해가 잘 안가시죠?

현실입니다..

대기 환자가 이렇게 줄을 서는데

왜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를 더 안뽑을까요???

정답은: 그래요. 의료 수가가 너무 낮아서**

치료사 인건비, 장비 유지비, 시설비, 교육비 등등을 빼면

치료사를 많이 뽑을 수록 손해거든요

참~~기가 차지요?

수가가 얼만데 이러냐구요?

치료마다 다른데, 물리, 작업치료가

30분 1대 1 치료에 대략 2만원입니다.

(중추신경발달치료라고, 소아재활병원에서 몇 년 일하고 2달간 합숙해서 교육받고 자격 있으면 할 수 있는 물리치료는 20900원, 일반 보행치료 매트 치료는 16000~17000원)

삼킴치료 16700원,

호흡치료 이건 훨 더 싸요. 7600원

본인부담금은 몇 천원이고, 나머지 의료보험이죠.

매년 오르긴 올랐어요. 몇 백원씩이요.

매년 올라서 드디어 2만원 넘었네요. 만세!!

발마사지, 경락 마사지 30분 하면 얼마인가요?

대학나오고 물리치료, 작업치료사 국가 자격증 따고

각종 교육이며 실습을 한 치료사들이,

10년의 경력이 있건 20년의 경력이 있건

30분에 2만원입니다.

심지어 내가 내는 돈은 본인부담금 몇 천원이예요.

싸서 좋죠?^^

싸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문제점을 말씀드릴께요.

1. 대기 기간이 길다.

: 앞서 길게 설명드렸습니다.

그리고 6개월~2년 기다리면 매일 치료 받을 수 있을까요?

보통 주1~2회입니다.

대기가 너무 기니까 병원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빨리 치료해 주고 싶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은 한 병원만 다니지 않아요.

여러병원을 요일마다 돌아다닙니다~~

 

2. 사설 치료실을 비싸게 다닌다.

: 긴 대기기간 동안 아이의 결정적 시기가 지나갑니다

엄마들은 비싸도 치료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갑니다.

비싸다고 더 좋은 치료일까요?

사설 치료실은 의사가 없죠~

의사 지시 없이, 모니터링 없이 치료 받게 되고

치료비가 비싸요. 4만원~7만원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치료장비 구비도 아무래도 떨어지고,

낙상, 골절이나 경기 등 치료 중 응급상황 발생 시

응급처치가 안됩니다.

 

3. 치료의 질이 떨어진다. 30분도 채 못 받는다.

: 30분 오롯이 아이 치료만 하려면

치료 시작 전 휠체어 타고 온 아이 내리고,

그 아이에게 필요한 치료도구나 장난감 세팅하고

치료 끝나면 아이 다시 휠체어 태우고,

장난감, 도구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보호자 면담도 해야해요.

오늘 이런이런 치료를 했고,

아이가 이 정도 했고, 집에서 요것 좀 더 해주세요~

이런 설명이요.

치료사도 사람인지라 화장실도 가끔 다녀와야 하구요~

이게 이상적이죠?

30분 치료 앞뒤로 한 10분씩 있으면 좋겠죠?

그럼 아이를 하루에 몇 명 못 봐요~

30분씩 쉬는 시간 없이 쭈욱 연달아 봐야해요.

30분 안에 아이 옮기는 시간, 도구 세팅하고 정리하는 시간, 보호자 설명 다 들어있어요.

그래야 2만원 받고 조금이라도 적자가 덜 해지니까요.

 

4. 치료의 질이 떨어진다. 경력자 뽑기 힘듬, 신규치료사 채용

: 경력있는 좋은 치료사도

무조건 2만원~ 싸다 싸

경력직 치료사는 월급이 많아요.

부모님들은 실력좋은 경력자 선생님을 간절히 원하십니다.

근데 병원은...버거워요.

그래도 퀄리티를 포기할 수 없기에

귀하게 모시고 있습니다.

 

5. 치료 받다가 짤린다. 엥?

네, 치료 받다가 짤려요.

좀 잘 걸으면 의사쌤이 그래요.

"이제 좋아졌는데 물리치료 그만 할까용?"

"네? 그래도 아직 뛰기도 안되고 계단도 서툰데...

또래보다 잘 넘어지고 어설퍼요.

올해까지만 더 다니면 안될까요? ㅠㅠ"

-내가 어떻게 비집고 들어온 치룐데, 그만하라니!!

 

하지만, 저도 그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어요.

다른 애들 앉고 붙잡고 설 시기에

목도 못 가누는 아기가 몇 달째 대기 중이거든요 ㅠㅠ

못 걷고, 몸이 틀어지고 굳어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이라도

나이가 들면 치료가 짤립니다.

몇 살 이상은 주1회로 줄임

몇 살 이상은 무조건 짤림

이런 규정이 우리병원 뿐 아니라

다른 병원들에도 다 있어요. ㅠㅠ

6. 의사, 치료사 구하기가 힘들다.

의사들도 소아재활 잘 안하려고 합니다.

뜻 있는 소수 존경스러운 분들과 저처럼 어쩌다 하게된

의사 말고는, 재활의학과 의사들도 별 관심이 없어요.

치료사들도 마찬가지예요.

통증, 도수치료 이런거 하는 병원들에서는

물리치료사 월급 많이 줘요.

우리 병원이랑 비교가 안되요.

구인광고를 몇번이나 내고,

인근 대학 물리치료학과, 작업치료학과 교수님께 전화도 드려서 겨우겨우 구해요.

우리병원 치료사분들, 장애아이들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좋은 곳 마다하시고, 일하시는 분들입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각자 집 근처 큰 대학병원에

내일 한번 전화하셔서 물어보세요.

소아재활치료를 하느냐,

혹시 하면 소아물리치료사는 몇 명이고

소아작업 치료사는 몇 명인가?

대학병원에 소아재활 대기 환자가 많아서

교수가 치료사 뽑아달라고 하면 안뽑아줘요

돈이 너무 안되고, 충원하는 대로 적자거든요.

그래서 대학병원에도 소아재활치료사는 몇 명 안됩니다.

그러면

그냥 우리들 생각에

수가를 올리면 되잖아요?

그럼 기존 소아재활병원에서도

치료사를 더 충원할 테고

소아재활 하겠다는 병원도 더 생길거구요.

병원이 이익이 나면, 서로 경쟁 하겠죠.

환자들은 대기도 자연 줄고,

병원 선택권이 생기겠죠.

병원에서 좋은 치료사를 서로 데려가려고 하다보면

치료사 월급도 자연 오를거고

실력있는 치료사들이 소아재활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치료 퀄리티가 올라갈거예요.

잦은 이직으로 우리아이 치료사가 신졸치료사로 자꾸 바뀌지 않고, 경력 만땅인 쌤이 계속 봐줄거예요.

하루만 치료해도 경력자의 손길은 확연히 다릅니다!

이웃 병원과 경쟁하게 되면,

치료장비, 시설, 장난감, 서비스 등등도 자연 좋아질거예요.

근데, 이 정부는 한방첩약 보험해줄 생각은 있어도

재활치료 수가 올려 줄 생각은 없어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님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전국에 몇개 짓겠다 라는 거였어요.

그럴듯 하잖아요? 수가 올려주는 것보다 싸게 치고

뭔가 해주는 것 같고. 전국 장애인부모들 표도 끌어모으고~

그거 어떻게 됐는줄 아세요?

몇 번이나 70억 줄테니 신청하라고 해도

전국 어느 병원에서도 나선곳이 없어요 ㅋㅋ

70억으로 짓는 것 까지는 뭐 그렇다 쳐도

(구비해야 되는 요건, 장비가 까다로워서 70억으로도 될까 말까 한다고 들었어요. 로봇재활치료기만 수억하는데 것도 넣어야 되고...땅도 사야 되고...정부에서 땅은 안내준다고..쿨럭)

의사, 치료사 구하기도 힘들고

정부가 원하는 규모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하려면

(소아재활의사 3명, 소아과, 장애인치과, 물리치료사 몇명, 작업치료사 몇명, 간호사 몇명, 사회복지사 몇 명 등 규정이 있어요)

어느 대학병원에서 대충 계산을 해보니

현재 수가로는 매년 30억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건너건너 들었어요.

근데, 정부에서는 처음 지을 때 70억 주고

나머지 운영 등 뒷일은 너희 알아서 해라~~거든요.

이러니 어느 병원에서 나섭니까?

충남대병원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떠안았나, 뭐 그랬고

창원경상대병원에서는 미루다 미루다

시에서 너무 괴롭혀서 최근에 마지못해 하겠다고 했다는데..

순조로울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큰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전국에 몇 군데 짓는게 아이들에게 좋을까요?

매주 다녀야 하고

소아재활치료는 성격상 발달이 어느정도 될 때까지

몇 년을 다녀야 하는데

작은 동네 병원들이 군데군데 있어야지

애들이 집에서 다니죠.

재활병원에 몇 년이나 입원생활하면

아이는 좋을까요?

가정은 어떻게 될 까요?

아빠들 기러기 오래하고

엄마들은 병원에서 몇 년씩 살아야 해요.

병원 근처에 집이라도 얻어야 될 판이예요.

휴~~

답답해서 처음 이렇게 장문의 글을 써봅니다..

한방첩약, 의대정원

이런거 늘릴 돈 있음

소아재활수가 좀 올려주세요~ 제발요~

의사 더 뽑는다고 소아재활 안합니다.

앞이 뻔히 보이기에 그럴 일도 없겠지만,

제가 있는 도시에 만약 소아재활병원이 1,2개 더 생기면

대기 없이 치료 받을 수 있으까요?

아니요, 다 같이 그냥 문 닫는겁니다.

현재 수가가 너무 낮아서 아이러니하게도

대기하는 애들이 있어야 병원이 돌아가요.

어른과 다르게 애들은 결석이 잦아요.

수술도 하고, 경기도 하도, 열도 잘 나고, 감기도 자주 걸려서

성인재활보다 결석률이 높습니다.

결석한 시간을 그냥 비워두면 적자가 ㅠㅠ

그래서 대기하는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빈 시간을 메꿉니다.

심지어 대기하는 중에 보강 많이 불러주는 것도 경쟁입니다.

혹시 갑자기 치료 취소 된 애가 있어

보강 불러줄까 하는 기대에

치료도 없으면서 치료실 밖 복도에서

아픈아이 안고, 휠체어 태우고, 기저귀 갈면서

하루종일 하염없이 기다리는 부모님들도

우리 병원에는 늘 있습니다 ㅠㅠ

몇 달간 보강 한번도 못 받았다, 너무 하는거 아니냐 하십니다.

네, 너무 하죠, 병원에서 전화오기만 목 빼고 기다리고

우리 아이 치료 한번이라도 더 받고 싶은 애타는 심정

잘 압니다...죄송합니다 ㅠㅠ

만약 병원이 몇개 더 생기고

대기하는 아이들이 없어서

정규 치료시간이 일주일에 몇 타임이라도

비게 되면...

이 수가체계 하에서는

저희는 문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휴~

우리 애들 집에서 살면서

근처 병원에서 대기 없이, 충분한 시간, 좋은 치료사에게

치료 좀 편하게 받게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혹시 글 읽고 저처럼 너무 답답하고

공감하시는 분들 있으시면

널리널리 퍼가주세요.

거짓도, 과장도 없고

저작권 그런것도 없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혹 오해가 있으실까봐...

수가 올려도 제 수입이 오르지는 않아요.

그래서 더 떳떳하게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정해진 월급받는 의사고,

나름 공공성을 띤 병원에서 일합니다.

소아재활 하시는 분이 전국에 얼마 안되어

더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만,

암튼 그렇습니다)

 


[출처] 저는 소아재활의학과 의사입니다.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artsdoctor

 

 

원문 출처 :

cafe.naver.com/jaegebal/2157601

 

저는 소아재활의학과 의사입니다.

대한민국 모임의 시작, 네이버 카페

cafe.naver.com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